책을 표지로 판단하지 마라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

이런 속담이 있는 자체가 사람들은 책을 표지로 판단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품을 판매할 때 제품의 품질이 최상인 것보다, 적절한 품질을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1. 소비자의 눈에 띄게 할 수 있는 브랜딩과 마케팅
2. 눈에 띄었을 때 고급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는 디자인
이 두 가지가 핵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비즈니스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뛰어난 마케터와 디자이너가 필요하다는 얘기.


내가 곤충의 삶을 살게 된다면

산책을 하다가 곤충의 삶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았다. 곤충이 사람에게 다가오는 상황을 사람에게 대입하면 어떤 느낌일까. 높은 고층 건물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나보다 몸이 수천 수만배가 큰 생물들이 내 주위를 걸어다닌다. 난 그들의 신경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주위를 기어 다니거나 날아 다니며 먹을 것을 구해야 한다. 그들이 나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심기가 불편해지기라도 한다면 그들이 휘두른 손에 맞아 난 죽는다는 느낌을 느낄 새도 없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릴 것이다. 웬만한 공포 영화의 디스토피아적인 설정을 가져와도 이보다 더 공포스럽지는 않을 것 같다. 인간은 생물종 내에서 크기가 중간 정도는 된다는 것이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그나마 인간보다 덩치가 큰 동물들은 우리의 생활권과 멀리 떨어져 살고 있거나 동물원 우리 안에 갇혀있다. 곤충에 감정이입을 해서 생각해 보니 그들이 살아가는 세상이 얼마나 무섭고 불안한 세상인지, 곤충에게는 내가 이입할만한 감정이 없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곤충이 고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면 이런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스트레스일까? 아니면 곤충도 그 정도의 인지능력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는걸까. 그런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수명이 며칠 정도로 짧은걸까. 내가 인간으로 걸어다닐 수 있음이, 내 주위에 나를 위협할 만한 거대한 생물체가 어슬렁거리지 않음에 감사하게 되는 산책길이었다.


횡단보도에 서있던 학생

출근길에 지하철역으로 가기 위해서 마을버스를 타야 한다. 집에서 공원쪽 샛길을 통해서 나오면 버스가 다니는 길이 있고 차가 그다지 빠르게 달리지 않는 왕복 2차선 도로를 건너면 바로 버스 정류장이 있다. 집에서 버스가 도착하는 시간을 보고 나가지만 때로는 버스가 예상보다 빨리 도착할 때가 있다. 이런 이유로 횡단보도를 좀 급하게 건너는 편이다. 물론 사람이 건너려는 기색이 보이면 차는 당연히 횡단보도 앞에서 멈춰야 한다는 생각도 있다. 미국에서는 횡단보도 저멀리서 사람이 걸어오면 차가 미리 정지해 있어서 굉장히 부담스러웠던 경험이 있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더니 버스 도착까지는 아직 4분 정도가 남아있었다. 내가 건너온 횡단보도에는 중학생처럼 보이는 학생 한 명이 서있었다. 차들은 간간히 지나다녔지만 길을 못건널 정도로 위협적이지는 않았다. 학생이 건널 의도가 있는지 없는지 점차 궁금해졌다. 차들이 간헐적으로 지나갔고, 난 계속 횡단보도를 지켜보고 있었다. 양방향 모두 차가 완전히 오지 않는 시점이 되자 학생은 건널목을 건넜고, 반대편에서 기다리고 있던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좀 뜻밖이었다. 내가 움찔거리면서 횡단보도로 진입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운전자들을 멈추게 만드는 액션이겠지만, 횡단보도 앞에서 정승처럼 서있는 액션 역시도 운전자들을 멈추게 하는 액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미국처럼 횡단보도 앞에서 차량이 멈추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더 적합한 액션은 점잖은 기다림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횡단보도에서 덤덤하게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 모습을 보고 정지해 주는 차량들이 많아지고 그렇게 차량이 보행자를 보호하는 문화가 점차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그 학생 세대가 볼 때는 횡단보도로 움찔거리며 전진하는 내가, 보행자를 보고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지나치는 운전자와 동일한 미개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세대에서 당연한 것들이 요즘은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기는 쉽지 않다. 차 안에 재떨이가 달려있었던 '빨리빨리' 대변되던 8~90년대를 지나, 이제는 여유를 가지고 선진국이 될 수 있는 시점에서 어린 친구들에게 나의 행동이 어떻게 비춰질까 고민하게 되는 출근길이었다.